어린시절 책읽기 싫어 했던 나 자신을 독자로 상정하고, 그런 내가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 옮긴이의 글-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되겟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 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겨로가,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 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읽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아느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거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거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줄 모르고 당황하겟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 봅시다. 백지이기 대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상담편지에 답장을 쓰는 일은 이제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難問(난문)을 보내주신 점 깊이 감사 드립니다.
나미야 잡화점 드림.
20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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